무빈소 장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세 자리

무빈소를 놓고 가족이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지점이 있습니다.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고인을 한 번도 뵙지 못하고 보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빈소를 차리든 차리지 않든 고인을 뵙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빈소는 애초에 그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무빈소로 치르는 이틀 동안 가족이 고인과 대면하게 되는 세 번의 자리를 짚습니다. 세 자리 모두 조문 여부와 무관하게 열립니다.
빈소는 조문객을 맞는 자리지 고인을 뵙는 자리가 아닙니다
빈소에 놓이는 것은 영정과 위패입니다. 고인은 그 방에 계시지 않습니다. 안치실 냉장시설에 모셔져 있습니다.
3일장을 치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흘 내내 빈소를 지킨 가족이 고인을 실제로 뵙는 시간은 입관 때 한 번, 발인 이후 화장장에서 한 번입니다. 빈소에서 보내는 나머지 시간은 조문객을 맞고 접객을 챙기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빈소를 빼도 고인과의 자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것은 조문을 받는 시간입니다. 무빈소가 예를 갖추지 못한 장례가 아니라는 점은 무빈소 장례, 조문을 받지 않아도 예는 갖춰집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오해는 우리가 겪은 장례가 대부분 조문객 입장이었기 때문에 생깁니다
빈소가 곧 장례라고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을 당해 본 경험보다 조문을 가 본 경험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조문객으로 장례식장에 가면 빈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상주에게 인사한 뒤 나옵니다. 안치실도 입관실도 볼 일이 없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장례는 곧 빈소에서 벌어지는 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빈소를 빼겠다고 하면 장례 전체를 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빠지는 것은 조문객 동선인데, 유족의 동선까지 사라진다고 오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족이 밟는 절차는 따로 있습니다. 안치, 입관, 화장으로 이어지는 이 동선은 형식을 어떻게 정하든 남습니다.

첫 자리는 안치 직후의 안치실입니다
이송이 끝나고 고인을 안치실에 모시면 첫 대면의 기회가 생깁니다. 안치를 마친 직후가 가족이 가장 먼저 고인 곁에 설 수 있는 시점입니다.
이때 상주는 고인이 안치된 냉장시설의 번호와 보관키를 장례식장으로부터 인수받습니다. 형식적인 절차처럼 보이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고인이 어디에 계신지를 가족이 관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자리는 길지 않습니다. 안치 상태와 시설 구조에 따라 대면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한지, 몇 분이나 가능한지는 장례식장마다 다르므로 안치하는 자리에서 바로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 자리인 입관은 형식과 무관하게 진행됩니다
세 자리 가운데 가장 길고 가장 온전한 자리가 입관입니다. 무빈소라고 해서 생략되지 않습니다. 화장을 하려면 고인을 관에 모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염습과 입관입니다. 장례지도사가 고인을 정결하게 씻기고 수의를 입힌 뒤 관에 모십니다. 가족은 이 과정을 곁에서 지킵니다. 절차 자체는 3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는 가족이 손으로 하는 일도 있습니다. 반함입니다. 불린 쌀을 고인의 입에 넣어 드리는 절차로, 원래 상주가 하지만 원하는 가족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빈소가 없으면 이 자리는 오히려 더 조용해집니다. 조문객 응대로 중간에 불려 나갈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빈소로 치른 가족이 입관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 자리는 화장로 앞입니다
화장시설에 도착하면 서류를 접수하고 고인을 화장로까지 운구합니다. 이 운구에 가족이 함께 들어갑니다. 화장로 앞에서 종교에 따라 위령제나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여기가 마지막 배웅입니다. 문이 닫히기 전의 몇 분이 무빈소 장례에서 가족이 고인 곁에 서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은 유족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 보통 한두 시간입니다. 끝나면 유골을 수습해 분골하고 화장필증을 받습니다. 이 자리에도 가족이 함께합니다.
이후 봉안당이나 자연장으로 이어지면 그날의 일정이 끝납니다. 빈소를 차린 장례와 이 뒷부분은 완전히 같습니다.

세 자리는 미리 말해야 열립니다
세 자리 모두 가족이 요청해야 확보됩니다. 빈소 없이 진행한다고 하면 절차를 최소로 잡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해 두지 않으면 입관을 가족 없이 진행하고 통보만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첫 통화나 상담 자리에서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해 두면 됩니다.
- 안치 직후 고인을 뵐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몇 분인지
- 입관을 가족이 참관하는지, 참관 인원에 제한이 있는지
- 입관 시각을 가족 일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지
- 화장장에서 화장로까지 동행이 가능한지
특히 입관 시각은 미리 잡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멀리 사는 가족이 도착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치와 화장만 최소로 진행할 때 어떤 시설을 쓰게 되는지는 무빈소 장례식장, 빈소를 차리지 않아도 시설은 필요합니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한 결정과 고인을 뵙는 일은 별개입니다. 조문을 받지 않을 뿐, 안치실과 입관실과 화장로 앞의 세 자리는 그대로 남습니다.
무빈소 이틀 전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무빈소 장례 절차, 임종부터 화장까지 이틀의 순서에서 이어집니다. 형식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무빈소 장례 안내를 먼저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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